Sanha Cheong
physicist.in.training / education.enthusiast

LHC 데이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형강입자가속기의 양성자들은 새로운 입자로 변하고, 이 입자들은 빛과 에너지가 되어 결국 데이터로 기록된다."

Dec 27, 2017
Original Post
Written by Sarah Charley
Translated by Sanha Cheong

사진: Silvia Biondi; Matteo Franchini, CERN

과학자들은 사실 힉스 보존 {Higgs Boson, 흔히 말하는 힉스 입자} 을 적이 없다. 사실은, 양성자의 내부도 직접 본 적은 없고, 십중팔구 암흑물질도 평생 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자연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기초 입자들은, 우리 인간의 오감으로 아예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입자들을 성질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의 알기 위해서, 꼭 그 입자들을 필요는 없다. 원자보다 작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들은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빠르지만, 물리학자들은 입자 검출기를 이용해서 이 미시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정보” 라는 건 도대체 무엇이며, 검출기들은 이런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 걸까? 대형 강입자 충돌기 (LHC) 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입자가속기인데, 이곳에서는 이런 실험들이 늘상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광속 수준의 경주로부터 시작된다.

일단 "쾅!" 하면서 시작된다

LHC 는 둘레 17마일 {27킬로미터} 의 고리모양을 하고 있다. LHC 에서의 실험을 위해, 과학자들은 수많은 양성자 뭉치 {beam, 빔} 들을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속시킨다. LHC 를 한바퀴 돌 때마다, 이 양성자들의 에너지는 증가한다.

이 양성자 빔이 LHC 의 운동 에너지 최고치에 이르려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왕복할 정도의 거리에 걸쳐 가속되어야 한다. 그 정도 에너지에 이르면,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라} 추가적인 에너지가 속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질량을 증가시키게 된다.

양성자들의 에너지가 최고 에너지에 다다르면, LHC 내부의 자석들이 두 양성자 빔의 경로를 휘게 하여 LHC 둘레에 위치한 4곳의 실험 장소로 보낸다.

이렇게 광속에 가까운 양성자들이 제대로 충돌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작은 공간에, 상상하기 어려운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됩니다. 그 미세한 공간 내부는, 잠시나마 우리 우주가 불과 영점몇 나노초 밖에 안 됐을 때의 상태와 비슷해집니다.

-Dhiman Chakraborty, ATLAS 협력 멤버 & 물리학과 교수 @ Northern Illinois University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2\) 에 따라, 이 엄청난 에너지는 대부분의 경우 질량으로 변환되어,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이 입자들을 생성한다.

그런 입자들은 대부분 즉각 붕괴해서, 더 작고 안정한 ‘딸’ 입자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엄마’ 입자의 큰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되기 때문에, 훨씬 가벼운 딸 입자들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운동하게 됩니다.

-Dhiman Chakraborty

이처럼 특이 입자들의 수명은 무척 짧지만, 과학자들은 이것만으로도 시공간과 그 위에 퍼져있는 장 {field} 에 대해서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오늘날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모든 것, 그리고 관측자인 우리 마저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이러한 입자들과 장들 덕분에 존재할 수 있는 겁니다.

-Dhiman Chakraborty

CMS 입자 검출기를 지나가는 전자와 뮤온.
사진: CMS 협력
그 다음은 검출기다

이 모든 현상은 0.000000000000001초, 그러니까 \(10^{-15}\)초 만에 일어난다. LHC 의 입자검출기들은 빔 파이프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고, 양성자들의 충돌 지점으로부터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검출기들조차도 즉각 붕괴하는 무거운 입자들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무거운 입자들은 겨우 원자핵의 지름 정도의 거리만 움직이고 붕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자 검출기들은 무거운 입자들의 붕괴 산물 {위에 말한 딸 입자} 들을 관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힉스 입자는 두개의 광자 {빛 입자} 로 붕괴할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광자들이 검출기의 원자와 분자들을 건드리면, 빛을 내고 에너지를 방출한다. 마치 대기권을 지나는 운석처럼 말이다. 검출기 내의 센서들은 이러한 빛을 흡수해서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켜서, 광자들이 언제 어느 지점을 지났는지 기록한다.

이런 신호의 매 주기는, 시공간의 스냅샷인 셈입니다. 딸 입자들이 언제, 검출기의 어디를,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알려주죠.

-Dhiman Chakraborty

한번의 양성자-양성자 충돌은 여러개의 고에너지 딸 입자들을 만들 수 있고, 이런 입자들 중 일부는 수백개의 입자 샤워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입자들은 모두 검출기를 지나면서 관측 가능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이는 곧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낸다. 각 전기적 신호의 시각, 위치, 지속 시간, 모양, 진폭, 그리고 에너지 총량은 회로 카드를 통해 데이터로 저장된다.

생물학자들이 동물들의 발자국을 통해서 이동 속도, 방향, 그리고 무리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듯,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전기적 신호들을 통해 검출기를 지나는 입자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길고 광범위한 전기적 신호는 수많은 입자가 검출기 전체를 훑고 지나갔음을 의미하고, 짧고 높게 솟은 신호는 적은 입자가 한 지점을 뚫고 갔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