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ha Cheong
physicist.in.training / education.enthusiast

도대체 대형 강입자 충돌기 (LHC) 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실 충돌보다는 화음이 정확한 표현이다."

Sep 10, 2017
Original Post
Written by Sarah Charley
Translated by Sanha Cheong

사진: ATLAS 협력

대형 강입자 충돌기 {Large Hadron Collider, LHC} 는 확실히 대형이다. LHC 의 둘레는 17 마일 {27 킬로미터} 인데, 이는 지구에서 단연 가장 큰 입자 충돌기이다. 그런데, 사실 이 “강입자 충돌기” 라는 이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LHC 에서 실제로 충돌하는 녀석들은 강입자 자체가 아니라, 강입자의 일부분인 더 작은 소립자들이기 때문이다.

강입자란, 쿼크와 글루온으로 이루어진 합성 입자이다. 이 글루온이라는 녀석은 강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들인데, 이 강한 핵력은 쿼크들을 서로 묶어서 하나의 강입자로 유지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glue-on”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중에서도, LHC 의 주된 총알은 양성자라고 하는 강입자다. 이 양성자는 3개의 쿼크와, 그 수가 정해져있지 않은 글루온들로 이루어져있다. {글루온은 힘을 매개하는 입자라서, 양성자 내에서 3개의 쿼크들이 글루온을 계속 방출하고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성자들은 원자들의 구성입자이며, 결국 원자들이 모여 우리 주위의 모든 물질들을 구성한다.)

만약 양성자가 농구공만했다면, 텅텅 비어보일 것이다. 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양성자의 내부는 대부분 빈 공간이다. 쿼크와 글루온 하나의 크기는 양성자 전체의 크기의 1/10000 이하로, 매우 작다.

양성자의 내부는 사실 우리 주위의 대기와 비슷해 보일겁니다. 빈 공간이 대부분이고, 사실상 아무런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 소립자들이 조금 섞여있을 뿐이죠. 그런데 대기 중의 그 입자를 풍선 안에 불어넣으면, 풍선이 부푸는 걸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소입자의 자체적인 부피는 무시가능하지만, 그 입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주위의 환경에 힘을 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크기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Richard Ruiz, 이론물리학자 @ Durham University

그렇다면, 빈 공간이나 다름없는 두 물체를 어떻게 충돌시킬까? 답은, “그럴 수 없다” 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고전적인 “충돌” 이 일어나지않아도 입자들은 실험에서의 제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입자물리에 있어서 이 “충돌” 이라는 건, 양성자들이 서로 매우 가깝게 스쳐가면서, 쿼크나 글루온 같은 구성 기초입자들이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게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목소리는 힘을 의미한다.} 만약 이 소리들이 충분히 크고 정확한 화음으로 맞아 떨어지면, 이 화음은 숨겨진 장 {field} 을 울릴 수 있고, 이에 공명하여 울릴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는 것이다.

사실 음악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온 우주가, 복잡한 화음이 다음 화음을 부르고 또 다음 화음을 부르는 교향곡인 것이죠. 광자나 뮤온은 쉽게 낼 수 있는 중간 음역대의 음인 반면, 다른 어떤 입자들은 너무 높은 음이라 많은 에너지와 매우 특수한 조건 아래에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Richard Ruiz

이 공간 전체에 사실 잠잠한 장이 깔려있는데, 이 장은 충분한 에너지가 가해지면 새로운 입자를 생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장은 주로 입자로 직접 나타나기보단, 보이지않는 무대 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힉스 장 {Higgs field} 의 경우, 늘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한다. 하지만, 힉스 입자 자체는 힉스 장이 매우 정확한 공명을 일으킬 때에만 나타난다.

LHC 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양성자들의 구조가 부숴지고 쿼크와 글루온들이 튀어나온다. 이 녀석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공간에 깔려있는 쿼크와 글루온 장들로부터} 더 많은 쿼크와 글루온들을 만들어내고, 결국 매우 빠른 강입자 샤워를 일으킨다.

LHC 가 이런 소입자들의 화합을 만들고, 실험은 이런 이벤트를 기록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이 제어되는 실험실 환경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초신성 폭발처럼 우주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들도 입자들을 매우 빠르게 가속시킬 수 있다.

이런 이벤트들은 우주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이벤트들이 무엇인지만 따진다면, LHC 와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실험들은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닌 셈이죠. 비유하자면 양성자들을 풀어헤칠 에너지와 그 속의 교향곡들을 녹음할 수 있는 환경의 콘서트홀이랄까요.

-Richard Ruiz